안타까운 연인 닭들의 죽음
애완견보다
우리를 더 즐겁게 만드는 닭들입니다.
망아지는 이 흰오골계를 처음보고
어릴적 동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애 같다고 하더군요.
작년 가을 토종닭보다 며칠 늦게 검은 오골계 암수 한쌍과 이 흰오골계를 데려왔습니다.
토종닭 숫놈은 텃세도 못부려보고
바로 오골계 숫놈에게 꼬리를 내렸죠.
닭싸움에서 이긴 검은오골계 숫놈이
대장이 되면서
모든 암탉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암탉들은 모두 검은오골계 대장의 영역 아래 있는데
유독 이 흰오골계 자유영혼만
토종닭 중에서도 제일 비리비리한 꼴찌 서열3위에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서열3위는 다른 닭들과 함께 먹이를 먹을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 대장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내려오면 바로 쪼아버립니다.ㅎㅎ
먹지 못해 몸집도 제일 작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따로 먹이를 주는데
그래서인지 저를 많이 따릅니다.
풀어놔주면 뒤만 졸졸...
그런데 자유영혼이
이 녀석이 좋은가 봅니다.
먹이도 안먹고 저렇게 함께 앉아있습니다.
자유영혼이라 이름 지은 것은
제일 힘 약한 숫놈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지만,
처음 데려올때부터 함께 온 검은오골계 암탉과 달리
토종닭들에게 힘을 과시하지도 않고
다른 닭들이나 무리의 흐름에 신경도 안쓰기 때문이었습니다.
싸우건 말건 뭔일이 일어나건 말건
그냥 혼자 잘 놀고 잘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숫놈 좋아하고
정말 닭이 맞을까 싶은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제인가
사진 속에 있는 저 서열3위가 없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밖의 문만 대충 밀어놓고
안의 문은 열어놓고 다녔는데
그걸 안 누군가가 밤새 몰래 서열3위를 훔쳐 간 것이었습니다.
털도 없고 흔적없이 사라져 궁금증만 커졌습니다.
할 수 없이 어제는 안의 문을 닫아놓고
문단속 철처히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올라가보니
황당한 일이....
사방에 가득 털이 어지럽혀져 있고
한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놀라서 확인해보니
자유영혼이더군요.
나무가 뜯긴 저곳으로 족제비가 올라왔었나 봅니다.
들어오긴 했는데
데리고 나가진 못했던 거죠.
정 주지나 말걸...
묻어주려는데
이곳에 족제비가...
오리무중이었던 서열3위가 여기 있었습니다.
인연도 참 희안하죠.
서열3위가 죽고나서
기다렸다는 듯
자유영혼도 따라 갔네요.
작년 잉어들을 묻어줬던 이곳에
자유영혼과 서열3위
연인을 함께 묻었습니다.
천생연분
다음세상에서는 부부연 맺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